끓는점 표지

장편소설

끓는점

해원시에서 가장 정직하다는 세무사 정성현이 전세 사기로 전 재산과 딸의 유학 자금을 잃은 뒤, 돈을 되찾겠다며 처음으로 선을 넘는 이야기입니다. 총 대신 서명과 장부로 긴장을 쌓는 범죄 심리 스릴러입니다.

분류
장편소설
장르
범죄 심리 스릴러
출판
부크크
출간일
2026년 9월 14일
쪽수
250쪽
판형
148×210mm
ISBN
9791112292858

줄거리

정성현은 해원시 세정로의 오래된 상가 삼 층에서 이십 년 동안 세무사 사무실을 지켜 왔습니다. 하루를 뜨거운 물로 손을 씻는 일로 시작하고, 이미 맞춰 둔 서류철의 옆선을 한 번 더 맞추는 사람입니다. 그가 만진 장부는 조사관이 읽다가 하품을 하고 덮을 만큼 흠이 없어서, 업계에서는 그를 '자장가'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원칙을 고집하는 동안 손님은 하나둘 편법에 능한 후배 차승우에게 넘어갔고, 살림은 늘 빠듯했습니다.

그가 기대고 있던 것은 두 달 뒤 돌려받을 전세 보증금이었습니다. 밤마다 미국 도시 이름을 소리 내어 외우는 딸 하은의 첫 학비를 거기서 마련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등기부에서 처음 보는 근저당을 발견합니다. 같은 손에 당한 세대가 수십에 이르는 전세 사기였습니다. 경찰은 민사라고 하고, 피해 구제에는 순번과 기다림만 남습니다. 남의 돈 흐름을 읽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 자기 돈이 사라지는 것을 가장 늦게 알았다는 사실이 그를 더 아프게 합니다.

성현은 자기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사라진 돈을 직접 쫓기 시작합니다. 피해자 대책위원회에서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돈줄의 끝에서 지역의 지하금융을 쥔 방일수와 마주합니다. 합법적인 길이 하나씩 막히자 그는 "딱 한 번, 내 돈만 되찾는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처음으로 선을 넘습니다. 소설은 그 한 번이 어떻게 다음 걸음으로 이어지는지를 그의 바로 곁에서 따라갑니다.

등장인물

첫 장면에서

정성현의 하루는 손을 씻는 것으로 시작됐다.
재미없는 게 제일 안전한 겁니다. 사장님을 지키는 건 편법이 아니라 지루함이에요.

첫 화는 성현의 아침 습관과 한 손님과의 짧은 대화로 문을 엽니다. 가족 여행 경비를 비용으로 넣어 달라는 인쇄소 사장의 부탁을 그는 봉투도 열지 않고 거절하고, 사흘 뒤 그 손님은 차승우에게 옮겨 갑니다. 손을 씻는 습관과 지루함이 가장 안전하다는 그의 믿음은 이 장면에 처음 놓인 뒤 이야기 곳곳에서 다시 돌아옵니다. 소설은 성현 가까이에 붙은 3인칭으로 쓰여, 읽는 사람은 그의 판단과 변명을 그의 목소리에 가깝게 듣게 됩니다.

작가의 말

범죄 이야기는 대개 악을 벌하는 이야기이거나, 처음부터 악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읽는 사람은 안전한 거리에서 악을 구경합니다. 『끓는점』에서는 그 거리를 없애 보고 싶었습니다. 응원하며 따라가던 사람이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 갈 때, 나는 어디쯤에서 박수를 멈췄어야 했는지 되짚게 되는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성실하게 규칙을 지키면 언젠가 보상받는다는 약속이 더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감각을 요즘 많은 분이 함께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감각을 가장 정직한 직업인의 몸을 빌려 끝까지 밀어붙여 보았습니다. 세무사가 매일 하는 일, 남의 돈을 깨끗하고 합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일과 돈세탁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그래서 성현의 타락은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 일상이 아주 조금씩 연장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제가 이 소설에서 붙들고 싶었던 것은 돈보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성현에게 돈은 세상이 유일하게 알아듣는 점수판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악해서 무너진다기보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고 싶어서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그 질문을 서명과 장부, 숫자로 사람이 살고 죽는 세계 안에서 따라가 보았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