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힐링 동화』는 마흔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를 모은 책입니다. 주인공은 사람이 아닙니다. 다른 시계보다 느리게 가는 탁상시계, 다른 꽃이 모두 진 뒤에야 꽃망울을 올리는 화단의 식물, 금이 간 도자기 화병, 껍데기만 남은 소라게, 주인의 발을 오래 받쳐 온 낡은 구두 같은 사물과 생명들이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등장합니다.
이야기들은 대체로 비슷한 길을 걷습니다. 주인공은 남과 다른 자기 모습을 부끄러워하거나 조급해하다가, 어느 날 그 다름 덕분에 보게 된 것을 깨닫습니다. 느린 시계는 빠른 시계들이 놓친 들꽃을 보고, 금이 간 화병은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야기의 끝에서는 화자가 한 걸음 물러나 읽는 사람에게 짧은 생각을 건넵니다. 그래서 우화로 읽어도, 한 편의 짧은 에세이로 읽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책은 다섯 장으로 나뉘고 장마다 아홉 편씩 실려 있습니다. 속도와 불안, 관계와 위로, 결핍과 자존감, 책임과 일상, 내면과 본질이 각 장의 주제입니다. 이야기마다 앞뒤와 상관없이 완결되어 있어 아무 데나 펼쳐 읽어도 되고, 한 편이 길지 않아 잠들기 전에 하나씩 꺼내 읽기 좋습니다.
동화의 형식을 빌렸지만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잘 맞는 이야기들입니다. 회사와 집에서 맡은 몫을 해내느라 자기 마음은 뒤로 미뤄 둔 사람이라면, 가시 때문에 서로를 안지 못하는 고슴도치나 묵묵히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의 사정에서 자기 얼굴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긴 책을 펼칠 여유는 없지만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할 이야기 한 편이 필요한 분
- ·남보다 늦다는 생각, 모자라다는 생각에 자주 마음이 움츠러드는 분
- ·가까운 사람과의 거리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 고민하는 분
- ·어릴 때 읽던 우화를 어른이 되어 다른 마음으로 다시 읽고 싶은 분
- ·지친 가족이나 동료에게 부담 없이 건넬 책을 찾는 분
차례
- ·제1장. 서툴러도 괜찮은 첫걸음 (속도와 불안에 관하여): 느리게 걷는 시계, 겨울에 피는 꽃, 길을 잃은 철새 외
- ·제2장. 상처 깊은 마음에 돋은 가시 (관계와 위로에 관하여): 고슴도치의 포옹, 금이 간 도자기 화병, 지우개의 기억 외
- ·제3장. 내 안의 작은 방을 채우는 것 (결핍과 자존감에 관하여): 흰 깃털의 백조, 껍데기뿐인 소라게, 깨진 거울의 조각들 외
- ·제4장. 매일 밤 묵묵히 불을 밝히듯 (책임과 일상에 관하여): 외로운 골목길 가로등, 굳은살이 박인 구두, 등대의 변하지 않는 눈빛 외
- ·제5장. 마침내 나를 마주하는 시간 (내면과 본질에 관하여): 거울을 잃어버린 호수, 녹아내리는 눈사람, 고요를 품은 찻집 외
책 속 문장
가까움이 언제나 온기는 아니다. 때로는 적당한 거리가 가장 따뜻한 포옹이 된다.
상처는 빛을 막지 않는다. 때로는 빛이 통과하는 통로가 된다.
고요는 낭비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과 대화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차례대로 「고슴도치의 포옹」, 「금이 간 도자기 화병」, 「고요를 품은 찻집」의 끝부분에서 옮겼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이렇게 짧은 한두 문장으로 마무리됩니다. 거리를 두는 일이 차가운 게 아니라는 것, 흠이 있는 자리가 오히려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자리가 된다는 것, 멈춰 있는 시간도 쓸모가 있다는 것. 사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문장이 자연스럽게 읽는 사람 자신의 이야기로 옮겨 옵니다.
쓰게 된 이야기
저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고, 남편이고, 아이를 키우는 아빠입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이 생기지만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글은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야기를 사물과 자연에게 맡겨 보았습니다. 느린 시계나 금이 간 화병이 주인공이면, 읽는 분이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자기 사정을 겹쳐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저의 첫 단편 동화집입니다. 마흔다섯 편을 쓰는 동안 붙들고 있던 말은 하나였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어른이 되면서 잊고 지낸 감각을 동화라는 형식으로 조금 부드럽게 건드려 보고 싶었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밤에 한 편이면 충분하도록, 이야기는 짧게 두었습니다.
